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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전망대 2011. 10. 4. 10:57
김규태 더사이언스(The Science)팀 편집장


올해 10월 3일 오후 6시 30분(한국 시간) 2011년 노벨 생리의학상의 주인공이 발표된다. 다음 날인 4일에는 물리학상, 5일에는 화학상 수상자를 차례로 발표한다. 노벨상이 발표되는 10월 첫 주, 과학계는 항상 술렁인다.


“이번에는 어떤 사람이 받았지?”
“아, 어떻게 이 분야가 벌써 노벨상 대상이 됐지?”
“일본은 도대체 몇 명째 수상자를 낸 거야?”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뉴스 보도를 보면서, 매주 한 잔 하면서 세계 최고의 연구 성과에 대해 한 마디씩 거들게 된다. 이 시기가 되면 1년 내내 과학과 무관하게 살던 사람들도 ‘한국의 과학기술’에 반짝 관심을 갖는다. 대체로 “우리나라 과학자는 언제 노벨상 받는 거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한국 과학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자기 반성적인 평가, 노벨상에 연연하면 안 된다는 얘기, 노벨상 위원회가 정치적이라는 비평을 내놓고는 다시 1년간 노벨상 망각에 빠진다. 우리는 그렇게 수십 년을 보냈다.


가까워지는 노벨상

꽤 오랜 기간 ‘노벨상 넋두리’를 해왔다. 노벨상이 최후의 목표는 아니지만 과학계에서 갖는 상징성 때문에 수상자가 나오기를 고대했다. 월드컵과도 비슷하다. 월드컵 본선 자력 진출에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과거에는 ‘본선 진출’은 꿈에 가까웠지만 10여 년 전부터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심정으로 바라봤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노벨상도 이와 유사하다. 매년 노벨상 발표를 앞두고 언론에서 ‘노벨상에 가까운 한국 학자’을 예상해 본다. 기자의 입장에서 10년 전쯤에는 그냥 세계적인 연구 성과가 있는 원로 교수의 이름을 거론하면서도 ‘그 분의 명예를 생각해서…’ 기사를 썼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좀 달랐다. 10여 년 전부터 사이언스, 네이처 등에 논문을 자주 게재하는 한국 과학자들을 언급하면서 ‘어쩌면 올해는…’하는 기대를 갖게 됐다. 지난 해 2010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자 한반도는 아쉬움에 탄식했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 발표가 나자마자 과학자들과 기자들은 ‘김필립’이라는 이름을 본능적으로 찾았다. 김 교수가 그래핀 분야에서 독보적인 연구 성과를 내왔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김 교수의 이름은 없었지만, ‘아! 우리도 근접했구나’는 느낌을 받았다. 과학자들은 노벨상이 당장 몇 년 사이에 나오지 않더라도 한국 과학자들의 연구 수준이 노벨상 수상자 또는 후보들과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 한다.
 

                   [한국 과학자가 노벨상의 금메달을 받을 날도 머지 않았다, 이미지 출처: www.nobelprize.org ]  

노벨상 받으라면서 ‘경제적 성과’ 요구하는 이중적 태도

현대 과학은 개인 자금만으로 연구하기 어렵다. 대체로 거대과학(Big Science)과 관련된다. 연구비는 정부, 대학, 기업에서 대부분 나온다. 그러다보니 모든 연구에 대해 ‘성과’를 요구하기 마련이다. 기업의 상업적인 용도, 국방 등 국가 어젠다 연구 등 목적이 확실한 연구가 있다. 하지만 기초 과학은 목적이 모호하게 보인다. 학문적 발전, 최초 발견 등을 이유로 내세우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기초과학 지원 사업에 연구 계획서를 낼 때 언제나 ‘기대 효과’ ‘성과’를 주문 받는다. 또한 연구비가 넉넉하게 나오는 곳은 ‘응용’ 부분이라 기초연구자들이 결국에는 ‘응용’으로 연구 방향을 전환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기초과학연구자들은 “연구하다보면 노벨상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하지만 ‘돈을 주는 입장’에서는 “노벨상도 받고, 응용성과도 내라”라는 희한한 주문을 하는 것이 한국 연구계의 현실이다. 한 원로 과학자는 “기초 과학 연구자들이 목적성 없이 연구를 하겠냐”면서 “다만 경제적 효과와 연관되는 가시적인 성과를 요구하면서 연구비 지원하는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학벨트의 기초연구는 ‘응용 기초?’

문제는 노벨상 뿐 아니다. 기초과학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신설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기초과학연구원’도 이러한 상황에 놓을 것 같다는 우려가 많다. 기초과학연구원이 2018년까지 50개 연구단을 만든다. 50개가량의 기초과학연구소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분위기가 이상하다.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연구단이라고 하면서도 경제적 목적이 확실한 응용 연구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에 필요한 기초과학을 한다고 말해” “첨단 소재와 관련된 기초 과학이라고 주장해”라는 식이다. 이런 식이라면 기초과학의 요람이 되어야할 기초과학연구원에서도 ‘기초와 경제적 성과’의 불편한 동거가 계속될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연구비를 지원하는 사람들은 과학자들에게 가을에는 ‘노벨상 타령’을 하면서 과제를 공고하고 예산을 말하는 때는 ‘한가한 소리 말고 그래서 돈 벌 수 있어’라는 요구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노벨상 발표를 앞두고 세계 1류로 향하는 연구 성과와 여전히 후진적인 연구비 지원 문화가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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