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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의 전당 2012. 6. 28. 11:01

공상과학 영화나 게임에는 종종 자신의 모습을 감추는 기술이나 도구가 등장한다. 대표적인 예로 영화 해리포터의 투명 망토가 있으며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클로킹(cloaking) 기능도 은폐 기술로 유명하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의 슈퍼히어로 총괄조직 쉴드의 공중 본부도 이와 유사한 기능을 선보인다. 상상 속에서만 가능할 것 같은 이런 일들이 만약 지금 우리 실생활 속에서 벌어진다면 어떨까?

투명 망토를 만드는 메타물질

투명 망토의 현실화는 ‘메타물질(Metamaterials)' 덕분에 가능하다. 메타물질은 기존의 소재들과 달리, 유전율(매개물체/물질이 저장할 수 있는 전하량), 투자율(물질의 자기적 성질을 나타내는 물리적 단위) 등이 음(-)인 독특한 전자기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빛이 닿으면 양굴절(입사각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굴절)되지 않고 휘돌아나가 마치 물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메타물질은 투명 망토는 물론, 군사적으로 중요한 스텔스 기능을 제작하는데도 활용될 수 있다. 메타물질이 차세대 소재로 전 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 한 연구진이 이 메타물질에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소재 ‘비대칭 금속 나노입자’를 대량 합성하는 기술을 최초로 개발했다.


 

메타물질(Metamaterials)

기존 소재가 가지고 있는 전자기 특성과 달리 유전율, 투자율, 도전율이 음(-)의 값인 차세대 소재. 기존 소재로는 불가능했던 주파수 독립적인 파장, 위상, 굴절률 제어가 가능해 정보통신기기, 전자제품 등의 초소형화, 고성능화를 구현할 수 있다.

 

스텔스(Stealth)

상대의 레이더, 적외선 탐지기, 음향탐지기 및 육안에 의한 탐지까지를 포함한 모든 탐지 기능에 대항하는 은폐 기술

 

나노입자(Nanoparticle)

크기가 천만분의 1미터 이하인 입자이다. 분자나 원자를 조작하여 새로운 소재, 구조, 기계, 기구, 소자를 제작하고 그 구조를 연구하는 나노기술의 영역에 속한다.

 

비대칭 금속 나노입자를 대량 합성하는 기술 개발

서강대 강태욱 교수 연구팀은 스위스 전통요리인 퐁듀를 먹는 방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비대칭 금속 나노입자’를 대량 합성하는데 성공했다. ‘녹이다’라는 뜻의 프랑스어 퐁드르(Fondre)에서 유래한 퐁듀(Fondue)는 긴 꼬챙이 끝에 음식을 끼워 치즈나 소스 등을 찍어 먹는 알프스 지역 대표 음식이다.

 

일반적으로 비대칭 금속 나노입자는 대칭인 경우보다 100배 이상의 높은 광학적 특성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칭이 깨진 덕분에 빛이 더 많이 산란되고, 산란이 일어나는 입자 주변의 근접 장(Near-field, 나노입자의 주위에 빛이 머물러 있는 상태)도 강화된다.

 

이러한 비대칭 금속 나노입자를 만들기 위해 과거에는 평평한 기판 위에서 복잡한 식각공정을 거쳐야했다. 그러나 만들어진 나노입자 수가 매우 적어 실용화가 어려웠다. 대안으로 3차원 용액 속에서의 합성이 제시됐으나, 합성 시에 생기는 작은 핵이 최종 나노입자의 대칭점으로 작용해 결국 비대칭은 실현될 수 없었다.

 

[용액 내에서 금속 나노입자를 합성할 때 필연적으로 대칭점이 생기는 것을 보여주는 모식도.
왼쪽의 작은 핵이 합성 과정에서 생성되고 그 후에 어떤 모양으로 분화하든지
초기의 작은 핵이 전체 구조의 대칭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

 

강태욱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점을 깨고 비대칭 금속 나노입자를 대량 합성하는데 성공했다. 퐁듀를 먹을 때 한쪽 면에만 치즈를 묻혀서 먹는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연구팀은, 용액 속에서 금과 폴리스타이렌 나노입자를 각각 하나씩 한 쌍으로 붙여 혼성 나노입자를 합성한 후, 금만 과성장 시킨 용액을 찍어서 금속 나노입자의 대칭을 깨트렸다.

 

[수용액 상에서 비대칭 금 나노입자 합성의 모식도.
금 나노입자에 폴리스타이렌 나노입자를 붙인 후에 금을 다시 성장시키는 방법임]

 

 

[(검정색)-폴리스타이렌 혼성 나노입자에 금 용액을 이용하여 금 입자를 성장시키면 조건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비대칭 금 나노입자를 만들 수 있다. 가운데 그림은 퐁듀처럼 혼성입자의 한쪽 면만 금을 묻혀 비대칭입자를 만든다는 모식도]

 
식각공정(Etching)

접촉 부분을 화학적으로 녹여 제거하는 공정으로 공정 후에는 표면이 비교적 깨끗해진다.

 

폴리스타이렌(Poly-styrene)

열가소성이 있는 플라스틱의 한 종류로서 생활용품, 장난감, 전기전열체, 라디오 등의 케이스와 포장재로 사용된다.

 

연구팀이 개발한 합성법은 금 이온의 양과 환원제의 종류 및 나노입자의 크기 등을 조절해 다양한 형태의 비대칭 금속 나노입자를 자유자재로 간단하게 합성할 수 있다. 또한, 다른 조합의 금속 나노입자 - 금과 실리카, 은과 산화철, 금과 산화철 등 - 에도 적용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대칭이 깨진 금속 나노입자는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 메타물질의 소재가 될 뿐만 아니라, 더 나가서는 바이오의학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다. 해리포터의 투명망토나 이외에 다양한 은폐 기술 발전에 초석이 되는 것이다.

 

투명 망토 실현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번 연구처럼 기술 개발에 큰 단초를 제공하는 연구들이 계속된다면 머지않아 영화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국내산 투명 망토를 볼 날이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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