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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의 전당 2011. 9. 5. 09:17

그리스 신화의 주역 중 하나인 프로메테우스. 그는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준 죄로 주신(主神)인 제우스에게 끔찍한 형벌을 받는다. 코카서스 산 절벽에 묶여 독수리들에게 영원히 간을 뜯기는 벌이었는데, 문제는 그의 간이 매일 밤 되살아났던 것. 해가 뜨면 독수리들은 어김없이 그의 싱싱해진 간을 쪼아 먹었다. 아마도 프로메테우스에게 간의 재생은 축복이 아니라 불행에 가까웠으리라.

만약 우리의 간도 프로메테우스처럼 무한 재생력을 가졌더라면 어땠을까.
 

[독수리에게 간을 뜯기고 있는 프로메테우스. 루벤스 作]
이미지 출처: Olga's Gallery www.abcgallery.com

안타까운 일이지만, 간을 비롯한 대부분의 인체 장기들은 재생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병들고 망가지기 일쑤다. 그 때문에 손상된 신장, 간, 폐 등을 떼어내고 다른 사람의 건강한 장기를 옮겨 심는 장기 이식술이 개발됐다. 이만 하면 프로메테우스의 간도 그럭저럭 부럽지 않을 법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장기 이식이 필요한 사람보다 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 한 해 동안 장기 이식 대기자 수는 1만 9천 여 명에 달했으나 실제 이식된 건수는 3천 건 정도에 불과했다. 이렇게 수요와 공급의 숫자가 맞지 않으니 기증자를 기다리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도 많다.

다른 사람의 장기를 이식 받을 필요 없이, 내 신체 일부로 나한테 쏙 맞는 조직이나 장기를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더 이상 꿈이 아닌 장기 재생


꿈같은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 이처럼 조직 및 장기 재생을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 중심에는
조직 공학 및 재생의학 분야 연구자들이 있다.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한 이름의 학문 분야이지만, 인공 피부, 인공 장기 등을 만드는 기초 학문으로서 앞으로 인간 생명연장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직이나 장기를 재생할 수 있다면 기증자 부족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타인의 장기를 이식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면역 반응 등에 의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자기 자신의 세포를 가지고 조직이나 장기를 재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포만 있으면 조직이나 장기를 재생할 수 있을까? 더 필요한 것은 없을까? 당연히 있다. 인공지지체가 필요하다. 인공지지체는 세포가 조직으로 성장할 때까지 세포를 부착시키고 영양분을 공급하는 거푸집 역할을 하는 구조물을 말한다. 거푸집이 좋아야 물건을 잘 만들 수 있듯이, 인공 장기 역시 인공지지체를 잘 만드는 게 관건이다.

[인공 장기를 만드는 과정, 조직 공학 개념도]

생체 조직 재현을 위한 3차원 초정밀 바이오 인공지지체  기술 

 

기존의 인공지지체 제작 기술은 입자 사이의 틈새와 틈새 간(공극 간) 연결성이 떨어져 세포의 성장, 영양분 공급 등이 잘 되지 않는 단점이 있었다. 최근 국내 기초 연구 분야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했는데, 포항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 조동우 교수가 개발한 ‘3차원 초정밀 바이오 인공지지체 제작 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3차원 초정밀 바이오 인공지지체는 기계공학 분야에서 활용되어 온 CAD(Computer Aided Design)나 CAM(Computer Aided Manufacturing, CAM) 같은 자동화 기술을 이용해 만든다. 이번에 개발한 새로운 인공지지체 제작 기술을 이용하면 컴퓨터 단층 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의료영상데이터로부터 얻은 복잡한 형상과 일치하는 다공성의 환자 맞춤형 인공지지체를 만들 수 있다.

특히 2차원 단면을 층층이 쌓아 복잡한 3차원 형상을 제작하는 `자유형상 제작방식'의 성형 기술까지 더해 아무리 복잡한 형상이라도 쉽게 제작할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재현성 또한 높아서 대량생산을 통한 인공지지체의 상품화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CAD/CAM 자동화 기술을 이용한 인공지지체 제작 과정]

조직 및 장기 재생을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각막이나 피부와 같이 세포의 종류가 복잡하지 않은, 2차원 구조를 가진 조직이나 장기에 대한 연구가 대부분이다. 혈관조직이 포함되고 여러 가지 종류의 세포가 공존해야 재생이 가능한 3차원 조직체로 구성된 뼈나 간 등의 재생을 위해서는 더욱 정밀하고 복합 기능을 갖춘 3차원 인공지지체 제작기술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 성과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과학의 눈부신 발전 속도로 미루어 볼 때 인공 장기들 덕분에 인류의 생명이 10년, 20년 더 연장되는 날도 그리 멀지만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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