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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전망대 2012. 2. 1. 17:17
임소형 한국일보 문화부 기자


드디어 배아줄기세포가 ‘실력발휘’를 톡톡히 했다. 눈병으로 실명한 환자가 눈에 배아줄기세포를 이식 받아 글자 를 읽을 정도로 시력을 되찾은 것이다. 실험동물이 아닌 사람을 대상으로 한 배아줄기세포 치료 성과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월 말 미국에서 날아든 이 소식에 국내 과학계나 의학계 내부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많은 줄기세포 연구자들은 배아줄기세포의 진가가 확인된 반가운 연구결과라며 들뜨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치료에 완전히 성공했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는 임상 의사들의 신중론도 만만치 않았다.

이번 성과는 차병원 자회사인 차바이오앤디오스텍과 미국 생명공학기업 ACT의 합작품이다. 이들 공동연구팀은 “미국인 환자 2명에게 인간 배아줄기세포로 만든 망막색소상피세포치료제를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4개월 후 시력이 회복됐고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임상시험에 사용된 치료제는 ACT가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등록돼 있는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해 망막세포로 분화시켜 만든 것이다. 차바이오앤디오스텍과 ACT 공동연구팀은 이 치료제를 스타가르트병(망막세포가 망가져 실명하는 병)과 건성 노인성 황반변성증으로 실명한 여성 각 1명씩의 한쪽 눈 망막 아래에 주입했다. 이들 환자는 모두 사물은 보지 못하고 빛이 있는지 없는지 정도만 알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을 거의 잃은 상태였다.
 
치료제를 주입한 후 2, 3개월이 지나자 환자들은 20~30cm 앞의 손가락을 알아보고 개수를 셀 수 있게 됐고, 4개월이 됐을 땐 시력검사판의 가장 큰 글자 정도는 구별할 수 있게 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정형민 차바이오앤디오스텍 사장은 “망막에서 세포가 지나치게 많이 증식하거나 엉뚱한 세포로 자라거나 암 덩어리(테라토마)를 형성하는 등의 이상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실 지난해 척추손상 환자를 대상으로 처음 배아줄기세포 임상시험을 시작한 미국 생명공학기업 제론이 도중에 임상시험을 포기한 뒤로 학자들 사이에서는 배아줄기세포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의문이 제기돼왔다. 이번 성과가 이런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는 기대도 높다.

그러나 한계는 명확하다. 임상시험 환자 수가 너무 적을 뿐 아니라 앞으로 환자에게 어떤 변화가 생길지 사실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국내 한 대학병원 안과 교수는 “시도는 좋았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며 “적어도 수십 명 이상의 환자가 1m 거리에서 손가락 수를 셀 수 있을 정도는 돼야 완전한 시력회복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안센터 교수는 “어떤 메커니즘으로 시력이 좋아졌는지 모르는 데다 앞으로 나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는데 성공했다고 얘기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테라토마 등의 이상반응은 대부분 이식 후 3개월 이내에 일어난다”며 “국내에서도 같은 임상시험을 본격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은 지난해 5월 스타가르트병에 대해 이 치료제를 이용한 국내 임상시험을 승인 받았다. 건성 노인성 황반변성증에 대해서는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성체줄기세포로 만든 줄기세포치료제 3가지가 잇따라 허가를 받은 데다 배아줄기세포 임상시험까지 진행되면 한국은 줄기세포 상용화 분야에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서는 셈이다. 그러나 줄기세포 기초연구 실력은 이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2001년부터 약 10년간 발표된 줄기세포 관련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 논문 수는 상위권과 큰 격차를 보이며 7, 8위권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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